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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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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n woo 2024. 4. 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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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란 뭘 의미할까?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입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10%대 경제성장률을 보이다가, 2000년대 들어 5%대 성장률, 2010년대 3%대, 그리고 2020년대 2%대 성장률을 보이며 꾸준히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추세인데요. 특히 올해는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로 성장률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죠.

사실 올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경제성장과 관련된 개념을 정확히 알아둬야 합니다. 경제성장은 정확히 무엇이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요인이 필요한 걸까요?

경제성장이란 무엇일까?

경제성장률이란?: 경제성장은 실질 GDP의 증가, 경제성장률은 실질 GDP 증가율을 의미합니다. GDP(Gross Domestic Product)란 국내총생산의 약자로,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합인데요. 쉽게 말해 한 나라에서 1년간 생산된 모든 물건과 서비스 가격의 합을 뜻하죠.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 생산이 경제의 근간이 되는 경제 시스템인 만큼, 생산 규모의 변화를 경제성장의 척도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GDP 구하는 법
한 해 동안 생산한 물건의 생산량에 시장가격을 곱해 산출합니다. 만약 올해 쌀과 쇠고기만 생산하는 A 국가가 가마니당 20만 원인 쌀을 100가마니, kg당 5만 원인 쇠고기를 100kg 생산했다면 GDP는 2,500만 원이 되겠죠.

실질 GDP 증가율이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GDP 증가율을 뜻합니다. 당해 시장 가격으로 계산한 GDP를 명목 GDP, 기존에 정해진 기준연도 가격으로 계산한 GDP를 실질 GDP라고 하는데요. 만약 한 나라의 물가가 100% 상승했다면, 실질적인 생산량의 차이가 없어도 명목 GDP는 두 배가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명목 GDP로는 한 나라 경제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준연도를 정하고 그 해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구한 GDP가 실질 GDP죠. 실질 GDP 증가율은 실제로 한 나라의 생산량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경제성장률은 누가 발표할까?
우리나라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각종 경제 기관이 성장률 전망치를 주기적으로 발표하며, 글로벌 금융기구, 리서치 기관들도 자체 조사를 통해 예상 성장률을 제시합니다.

잠재GDP와 잠재성장률: 요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점점 낮아진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잠재GDP란 한 나라의 생산 역량을 총동원했을 때 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GDP를 뜻하는데요. 다시 말해, 물가가 오를 정도로 경기가 과열되지 않는 선에서 한 나라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잠재성장률은 구하는 공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경제 연구 기관이 한 나라 경제의 생산성과 인구 증가율, 자본 증가율 등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추산해 제시합니다.

호경기와 불경기는 어떻게 구분할까?
호경기와 불경기는 잠재GDP와 실질GDP를 비교해 봄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실질GDP>잠재GDP라면 이미 부작용 없이 생산가능한 최대치를 넘어서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경기 과열 상태입니다. 이때가 호경기죠. 하지만 호황은 무기한 계속될 수 없습니다. 과잉생산 상태가 지속되면 물건 가격이 급락하고 경기가 하강하는데, 이게 심해지면 실질GDP<잠재GDP가 되면서 생산량이 생산가능한 최대치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때를 불경기라고 합니다.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요인은?
노동력, 자본, 기술진보: 경제학에선 경제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노동력(L:Labor)과 자본(K:Kapital), 기술진보를 꼽습니다. 물론 현실에선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을 추상화하면 3가지인 거죠. 총생산량(실질 GDP)을 Y라 하면, Y는 Y=F(K, L)의 생산함수 꼴로 표시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생산함수 F는 곧 자본과 노동의 결합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술에 따라 달라집니다. 생산함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노동력이 늘어나고, 자본이 축적되며, 기술이 발전하면 전체 생산량이 늘며 경제가 성장한다는 거죠.

왜 자본은 C가 아니라 K로 표기할까?
경제학에서 자본은 영어 Capital의 첫 글자인 C가 아니라 독일어 Kapital의 첫 글자 K를 씁니다. 이는 애초에 자본(das Kapital)이란 말 자체를 독일인이었던 카를 마르크스가 처음 사용했기 때문이며, 경제학에서 소비(Consumption)의 기호로 쓰이는 C와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죠.

자본 축적이 중요하다!: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모형 중 대표적인 것은 1961년 제시된 솔로우의 외생적 성장이론입니다. 솔로우는 노동력(인구)과 기술진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endogenous)인 변수로 보고, 저축을 통한 자본 축적을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제시했는데요. 저축이 충분히 늘어나 기업의 투자가 늘어야 생산설비 같은 자본이 축적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죠. 오래된 모형이지만 선진국의 경제 발전 과정을 잘 설명해 주는 모형입니다.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많이 저축하고, 기업들은 이 돈을 빌려 설비에 투자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잘 담아냈죠.

솔로우 모형과 총요소생산성(TFP)
흔히 솔로우 모형에서는 Y=A·K^θ·L^(1-θ)와 같은 생산함수를 전제합니다. 여기서 A가 기술진보 등을 의미하는 외생적 변수이며, 이를 총요소생산성(TFP)이라고 하죠. 전체 생산에서 자본 축적과 노동력 증가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설명해 주기 위한 변수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생산성 향상 요소를 가리킵니다. 이미 노동력 증가나 자본 축적이 한계에 달할 경우 성장에서 총요소생산성의 중요성이 매우 커집니다. 충분히 성장한 선진국이 경영혁신이나 기술개발, 인적자본 관리 등에 힘쓰는 것도 TFP를 높이기 위함이죠.

기술혁신과 인적자본도 중요하다!: 솔로우 모형에선 기술진보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생적인 변수(총요소생산성)로 보지만,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기술진보가 왜 일어나는지, 미국처럼 이미 성장할 만큼 성장한 국가가 어떻게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 불가능하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R&D와 기술혁신, 인적자본의 축적 등을 새로운 변수로 도입한 모형을 제시했죠.



우리나라의 경제, 어떤 상황일까
우리나라의 경제, 어떻게 성장해 왔을까: 1970년대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연평균 성장률 10~15%에 달하는 고도성장을 이뤘습니다. 1980년대에도 3저 호황(저유가·저금리·저달러)에 힘입어 10%대 성장률을 보였고, 19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죠. 하지만 호황이 지속되며 한 산업 분야에 대한 과잉·중복투자가 심해졌고, 이에 따라 생산성이 저하하며 1990년대 경제성장률은 다소 주춤했습니다. 여기에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2000년대 초반 경제성장률은 5%대까지 낮아졌죠. 2008 금융위기 이후 3%대까지 낮아진 성장률은 최근 2%대까지 내려왔고, 지금은 2%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집니다.

경제성장, 느려질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성장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 증가와 자본 축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자본(사회 구조, 분위기 등)과 인적 자본(지식과 태도 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을 개선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를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성장률, 이제 2%도 어렵다?: 올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4~1.5%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11월 6일 기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3%,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은 1.4%,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5%의 성장률을 제시했는데요. 다만, 최근 성장률을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반기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하고 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기 때문이죠.

잠재성장률도 문제야: 한국은행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 내외까지 낮아졌다고 추정했습니다. IMF 역시 2024년까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2.4% 정도로 잡았는데요. 심지어 OECD 보고서는 2020년 이후 우리나라의 실제 GDP가 잠재 GDP를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뜩이나 성장률도 낮아졌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대 생산량도 달성하지 못한 거죠. 전망도 밝진 않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 생산성 저하 탓에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질 거란 예측도 있죠.

이제는 구조개혁이 필요한 때: 얼마 전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는 "구조개혁하면 2% 이상의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노동과 연금, 교육 등 사회 주요 분야에서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노동시장 개혁, 학생 지식 증진, 여성과 외국인 노동력 활용 등에서 개혁이 있어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뤄질 수 있는 거죠.

3줄 요약

경제성장이란 한 나라의 실질 GDP가 증가하는 것을 뜻합니다.
경제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노동력 증가와 자본 축적, 기술 진보가 꼽힙니다.
한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으며, 구조개혁이 시급합니다.
"어떻게 저성장을 탈출할지 다 안다. 못 하는 건 이해관계자가 다 달라서다... 선택은 국민과 정치에 달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우리 경제는 전쟁 이후 약 70년간 고속성장해 온 끝에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이 총재의 말처럼 이제 경제성장의 키는 정치와 타협을 통해 사회 전반의 비효율적인 구조를 바꾸는 데 있는데요. 과연 우리 사회는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속에서 변화의 씨앗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